잡다/정말이것저것아무거나

요리실력이 있는 여자랑 산다는건 축복이다

보뇽보뇽 2024. 8. 2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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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레시피는 이제 쉽게 찾아볼수있지만

요리를 만들었을때 사람에 따라 그 맛이 다를수 있음이 신기하다

요리실력이란 말이 있는것 처럼 요리엔 레시피외 개인의 어떤 역량이 미치는것 같다

나는 요리실력이 있는 마눌님과 산다

처음 만났을때만 해도 요리라는걸 잘하지 못해서 내가 막 잘난척하며 몇개 만들어 먹었었다

그래도 알리오 올리오를 한번 만들어줬었는데 맙소사 정말 맛이있었다는

그후 쌀국수도 괜찮았는데 나는 숙주를 싫어해서 난감했고

물국수를 좋아한단말에 물국수를 만들어줬었는데 진짜 물에 소면이 담겨있어 상당히 당황하며 위장으로 밀어넣었던 기억이 난다


결혼하노 알게된거지밀 우리 엄마는 요리를 못한다

반찬도 늘 된장 엄청 많이 끓여두고 먹거나

국을 많이 끓여두고 먹는식이었는데

된장은 좋아했지만 나머지음식은 그닥 기억에 남는게별로 없다

그래서 나는 계란을 자주 구워먹었다

특별히 계란후라이를 좋아한건 아니었는데 그땐 그게 제일좋은 반찬이었다

최근 엄마가 내가 계란을 좋아해서 자주 구워먹은걸로 아셨다는데 그게 아니라고 하자 충격을 받으시기도 했다

그때의 경험덕에 케찹 계란밥. 간장계란밥은 꽤 잘만든다 ;;

그런데 그닥 맛있게먹은 게 없었지만 나는 어릴땐 통통한 편이었고 학창시절 비만했었다

밥은많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갈비나 치킨 같은거먹는 날엔 가슴이 뛰었고

마지막 조각을 입속에 오래 놔뒀다 씹어먹기도 했고

저녁에 조용히 냉장고를 열고 한덩이 집어먹기도했다. 그땐 자유롭게 먹지못하고 인당 2~3조각정도 배급한것만 먹을수 있었다

이후 성인이 되고 직장인인 누나와 함께 외식에 재미를 붙이면서 나는 또 비만인이 되었다

외식이 어찌나 즐거웠는지

지나고나서 하는말이지만 누나에게 참 고마웠다

원래 집밥은 맛이없고

외식은 맛있다로 인식하고 살았다

그러다 결혼했다

요리를 못하는 채로 같이 살게되었는데

레시피를 보고 만들었다 했지만 그 요리가 깜짝 놀랄만큼 맛있었다

그리고 매번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들로 식사를 했다 마눌님이 같은 반찬으로 연속해서 밥먹는걸 못하신다고한다

된장 하나 끓여두면 아침 점심 저녁을 다 먹던 나에겐 정말 사치스럽고 입이즐거운 새로운 경험이었다

미역국이 처음끓여도 국물에 고기맛이 날수 있다는걸 처음 알았고

된장에서 고기인줄알고 덥석 집어먹었는데 덜풀린 된장인 빈도가 높았던 내게

한술 한술 가득 건져올라오는 고기들이 있는 된장은 고깃국인지 된장찌개인지 정신이 혼미할 정도였다

수년동안 식사시간이 즐거웠고 못먹어본 음식도 많이 먹었다

외식이 맛있는줄 알았는데 이제는 집밥이 더 맛있다

밖에서 맛난걸 먹으면 그것보다 더 맛나게 집에서 만들어내는 여자

이제는 무심하게 양념을 치고 빠르게 만들어 내는 요리들은 꾸준히 다채로운 맛을 보여준다

요리실력이 있는 여자였던거다 장모님이 요리실력이 있고 식당도 경영하셨는데 그 재능을 혼자 단독으로 물려받았나 보다

빠르게 만들고 맛이있다?

진짜 어려우면 식당하나 차려서 음식장사해도 굶어죽지 않겠단 생각도 해봤다

당연히 마눌님의 요리실력의 은혜는 아이들도 누리고 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부럽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엄마의 요리실력에 따라 종속될수 밖에 없는 자녀들은 그것또 한 복불복 요소라는데서 인생은 불공평함을 다시한번 실감한다

확실히 식비는 많이 들긴한다

그러나 다 먹고살자고 하는건데 맛있게 골고루 먹고 돈좀더 쓰면 어떠한가 싶다

요리를 잘하는 여자와 산다는 것, 요리를 잘하면서도 매끼 다른반찬으로 밥을 먹어야하는, 싫증이 많아 좀귀찮아도 요리를 해야만하는 여자와 사는것은 꽤 축복스러운 일이다

한편으로 재능이 아깝다 싶기도함

어쩌면 장모님대 부터 식당이 이어져오고 마눌님이 그곳을 물려받았다면 몇십년전통의 맛집이 되었을 것임이 분명한데 말이다

먼 훗날일이지만 며느리도 요리천재였으면 좋겠다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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